히밤, 날 잡아가두려고 좀 그만해라.
나 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사람들 하나같이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들이다.
알아서 일 좀 하게 놔두란 말이다.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허가 없으면 손도 까딱 못하게 하면서
무슨 얼어죽을 놈의 창의성이 나오고 무슨 신제품을 개발한단 말인가.

나는 원래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놈이었다.
오더가 없어도 나 스스로에게 요구사항을 던지고 개선작업을 수행하는
나는 그런 놈이었다.
그런데, 여기 오고 나선...
아무 일도 만들어내려고 들지 않고,
급한일 아니면 대충 덮고 넘어가고,
맨날 사고 칠까봐 겁이나 내는 그런 놈이 되어 버렸다.
그래, 이런 식으로 굴러가면 조직에서 큰 사고는 안 나겠지.
위에서 시키지 않는 일은 아예 하려고 생각도 안하니까.
별 사고는 안날 거다.
하지만 고인 물처럼 서서히 썩어가는 이 조직은 어떻게 할 것인가.

파트장이란 사람이 위에서 시키는 일이나 하라는 소릴 하지 않나
차장이란 사람이 맨날 책임회피하고 발뺌하느라 바쁘고
그 밑에서 배우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게 당신이 말하는 관리의 조직인가.

이젠 두렵다.
오더를 내려주지 않으면 손도 까딱하지 못하는 그런 놈이 될 까봐 두렵다.
생각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코더로 전락할 까봐 겁이 난다.
내 후배들 보기에 내가 저런 고참들 중 하나로 남게 될까봐 진짜 걱정된다.

이런 식으로 일 시키려면, 날 짜르고 고졸 신입 코더 한명 써라.
그래도 6개월이면 내가 지금 하는 정도의 일은 해 낼 거다.

이놈의 관리 조직 이젠 지겹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Posted by kua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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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편안히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