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2월 24일에 퇴직을 하게 되는 내용의 사직서를 회사에 제출했습니다.
첫번째 출사표
를 쓴지 2년 6개월 만에 두번째 출사표를 쓰게 되었네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의 첫번째 이직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처음에 내가 원했던 것 이상을 얻었으니까요. 최초에 의도했던 기술적인 경험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악성코드에 대한 연구 등 2년반 동안의 업무도 좋은 경험이었고, 함께했던 동료들도 훌륭했습니다
. 무엇보다도 업무 자체가 너무 즐거웠습니다. 현재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는 퇴근한 이후에도 줄곧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고(나쁜 의미가 아닙니다.), 그러다가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빨리 검증해보고 싶은 마음에 빨리 출근하고 싶어 조바심이 나곤 했습니다. (친구들에게 이런 얘길 하니 오바라고 야유하면서 믿지 않더군요. ^^)

하지만 이제는 계획했던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회사의 비젼이 매출과 이익을 내서 회사를 키우는 일이라면, 개인의 비젼은 회사가 그런 비젼을 달성했을 때 나에게도 그 과실이 나누어질 것이라는 믿음일 것입니다. 지금의 경영진께는 죄송스런 말씀이지만 하우리에서는 그런 비젼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지분 투자를 하지는 못했지만 나름 기회 비용을 투자했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회사가 잘 되었을 때 그 과실을 나에게 나누어 줄 용의가 있는 경영진과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가장 직접적인 이직의 이유입니다. 

처음에는 다른 회사를 마음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일해본 적은 없지만 항상 함께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전 직장 선배(이면서 학교 선배)가 저를 불렀습니다. 그러고선... 원래 생각했던 다른 회사에 대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리더군요. 지금 제가 가려는 곳은 이전 회사(삼성)의 선배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회사입니다. 구루 개발자와 영업의 달인, 그리고 기술지원의 장인이 저를 기다리고 있죠. 그곳에서 회사를 크게 키우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개발자로서의 성공이란 게... 다른 직업에 비해 특별할 건 없겠죠... 결국엔 돈과 명예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저의 선택은 항상 돈은 비켜가게 되니 이게 내 팔자인 걸까요? ^^
첫번째 이직 때도 평균 30% 이상의 PS가 지급된다는 S그룹 금융권 계열사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연봉을 줄여가면서 중소기업으로 이직을 한 결과 지금 저의 연봉은 2년 정도를 역주행한 상황입니다. 이제 그 기회 비용을 회수해야 할 타이밍에 (최고 대우를 해주겠다는 또다른 러브콜을 마다하고) 오히려 더 규모가 작은 회사를 선택하게 되었으니, 이제 예전에 투자한 기회비용을 어떻게 회수해야 할까요? ^^;;
저도 돈을 많이 벌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당장의 연봉을 올리는 것보다는 더 나중에, 더욱 더 큰 연봉을, 더 오래 받을 수 있는 곳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뜻대로 잘 되면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잘 안된다면 무모한 모험이었다고 기억되겠지요. 하지만 나름대로 승산이 있다는 계산으로 승부수를 던집니다.

이전 회사(삼성)에 있을 때 가장 아쉬웠던 점은 나의 산출물이 회사의 매출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반면에 이곳에서는 저와 우리 팀이 이루어낸 성과가 회사에 가시적인 기여를 한 부분이 보이는 것 같아서 이 점은 마음이 뿌듯합니다. 

첫번째 출사표때는 뭔가 비장한 마음이었는데 지금은 훨씬 마음이 가볍고 편하네요. ^^

하우리 동료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012. 1. 31 김태형 올림

 
Posted by kua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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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편안히 잠드소서